본문 바로가기

호호당 김태규님 전언

완전공감,,,,.... 진보도 보수두 없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는 짝퉁 뉴욕이라는 사실에 대해    2012.6.10

미국의 백인들은 세상에 대해 불만이나 좌절을 느낄 때면 ‘에이, 캐나다로 이민이나 가야지!’ 하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고 책에서 읽었다.

미국 백인들 사이에서 공화당을 선호하면 구닥다리로 취급받기에 조지 부시와 같은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거나, 대부분이 즐기는 마리화나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거나, 또 의료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느끼면 으레 하는 말이 캐나다로 이민 가겠다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캐나다 백인들은 툭 하면 유럽으로 이민 가겠다는 넋두리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은 세상이 싫을 때 어디로 이민을 가고 싶다고 징징거릴까? 그 답은 ‘갈 곳이 없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되었을 때, ‘에이 이놈의 세상, 이민이나 확 가버려야지!’하는 넋두리 진짜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연말에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세상 꺼질 것 같은 한숨 소리 또 듣게 생겼다. 소주 좀 많이 팔리겠지만 말이다.)

물론 미국이나 캐나다의 백인들 중에 이민 가는 사람 절대 없고,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해서 웃음이 절로 난다. 어딜 가나 사람은 그리 차이가 없나 보다.

미국 백인들 중에 스스로 생각하기에 깨어있고 의식이나 개념이 있다고 자부하는 백인들은 무조건 ‘노암 촘스키’를 좋아하거나 적어도 척이라도 해야 한다. 이른바 ‘행동하는 지식인’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현재 그대로의 자본주의를 긍정하면 그건 교양이 없는 사람이거나 지식인 취급 받기는 아예 글렀다.  

또 미국 백인들 사이에서 창의성과 개성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일단 사용하는 컴퓨터는 애플의 맥이어야 하고 스마트폰은 무조건 아이폰을 써야 한다. 디자이너나 여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작업실에선 예외 없이 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지극히 신자유주의 기업이라는 사실을 이럴 땐 망각한다.)
 
토요일 아침이면 브런치를 먹어야 하고,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큰 일이 나며, 요리 재료는 무조건 유기농을 써야 한다. 하이네켄이나 버드와이저와 같은 대량 생산된 맥주를 찾으면 싸구려 취향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 이름 두어 개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연극은 재미가 없더라도 봐야 하고 뮤지컬은 비싸더라도 봐야 하며 남이 모르는 인디음악을 즐긴다고 말해야 하고, 영화를 무비라고 하면 촌스럽고 필름이라 해야만 교양 있고 개념 있는 사람으로 대접 받는 게 미국 백인들의 유행 사조이다.
 
미국 백인들이 스스로를 차별화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보여주는 행동 패턴의 일부 사례라 하겠다.

이런 것들이 이른바 ‘대세’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우리 역시 대세 또는 유행사조가 대단하다.

스스로 정치는 진보 쪽이어야 하고, 현실성이 없는 말이나 억지 주장을 하면 할수록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취급을 해준다. 참신하다나 뭐라나! 그러다보니 연예인이나 개그맨도 진보성향의 발언을 자주 하게 되고 그래야만 고정 팬이 생긴다.

우리 사회의 다소 개념 있는 중산층이 보여주는 행동 양식은 품목이나 대상만 좀 다를 뿐 미국 백인들이 보여주는 양태와 전적으로 동일하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사실 똑 같은 패턴의 소비를 하건만 각자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살고 있다는 자기기만 또는 착각에 빠져 산다는 점이다.

그러니 장사꾼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생산자 입장에서 정말로 각자 성향이 다르고 소비취향이 다르면 단가가 높아지겠지만, 사실상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하기에 대량으로 팔아먹기에 아주 제격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피자 위에 얹어먹는 토핑 정도가 다를까, 베이스는 너무나 똑 같다.)

그러고 나서 그저 판매 시에 이 물건 혹은 서비스는 특별하고 창의적이며 개념 있는 당신만을 위한 한정판이라고 추어주면 된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나 제품은 이른바 ‘문화상품’이란 딱지를 달고 잘도 팔려나간다.

미국에서 한 20 년 전부터 인문학 붐이 불더니 최근에 우리도 덩달아 인문학 콘서트니 뭐니 하면서 제법 장사가 되고 있다. 어쩜 이리도 똑 같을까? 차이가 있다면 시차가 있을 뿐이니 말이다.

좀 지식이 있다는 사람들은 모두들 미국하면 사악한 제국, 탐욕의 금융제국이라 하고, 신자유주의 비판 좀 해야 하며 미국적 싸구려 소비 패턴을 싫어한다 하면서 실제 하는 행동이나 보여주는 모습은 정확하게 미국 중산층 백인들의 소비 패턴을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의 진보적 지식인이나 혹은 정치하는 사람들 중에 자녀가 미국 유학 안 다녀온 사람 드문 것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간다.

미국 백인들이 페이스북하고 트위터하니까 우리도 따라한다. 오가는 말이나 대화의 내용, 특히 정부 비판하면서 주고받는 내용은 너무나도 똑 같다.

우리의 미국화는 갈수록 심해져서 솔직히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행동 패턴이나 그를 추종하는 젊은 사람들의 행동은 너무나도 미국적이다.

또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식당, 테이블이 4 개 밖에 없는 후미진 곳의 슬로우 푸드 식당을 찾아가는 행동을 보면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렇건만 내가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는 대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우리가 미국과 많이 다른 줄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차이를 찾는다면 미국 백인들은 일본을 무척 좋아하고 일본 문화를 즐긴다. 우리의 경우 사정이 좀 있다 보니 일본은 싫어하지만 일본인과 일본의 문화는 좋아하는 차이 정도라 하겠다.

장사꾼들이 광고를 통해 입맛을 길들여놓았고 좌우를 떠나 언론들의 보도나 논조도 사실 미국과 너무나도 동일하다.

그러니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서울은 그냥 ‘짝퉁 뉴욕’이라 해야 함이 마땅하리라.  

이처럼 미국화가 철저하게 진행된 결과, 내 생각에 한국에는 진보가 없다고 여긴다. 종북하는 사람들이 좀 있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식 진보의 멋부림’에 뻑 가서 따라하고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한 가지 좋은 점은 있는 것 같다. 보수 언론들이 떠드는 종북하는 사람들의 꿈인 고려연방제 건설과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날 수가 없으니 이에 안심은 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아무리 봐도 금융위기로 거덜이 난 미국이지만 여전히 세계 권력의 중심이고 대중문화의 리더라는 점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

10 년 전부터 그토록 영어, 영어 외치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리고 나도 불만 많다, 왜 거리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가? 그 역시 미국 따라하기인데 보건복지부는 영어로 근무하는가 말이다. 헌법 소원 준비할 생각도 들고, 아니면 에이 씨 나도 담배 마구 피울 수 있는 동남아나 중국 등지로 이민이나 가야지 한다. (물론 안 할 것이고 이민도 안 갈 것이지만.)

이로서 ‘변방의 미약한 북소리’를 마친다.  

(오늘 글은 어쩌면 상당히 까칠한 맛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런 글은 어느 누구도 기분 좋게 해 줄 구석이 없으니 그렇다. 그러니 혹시 기분이 상하셨다면 용서를 바란다. 세상에 별별 말이 다 있는 법이고, 그래야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니겠는가 하고 넘겨주실 것으로 믿는다.)


[출처]<a href='http://www.hohodang.com/?bbs/view.php?id=free_style&amp;no=828' target='_blank'>호호당 블로그</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