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렙

힌두교의 이야기 中(펌글)

브레드 야드 2010. 11. 23. 01:10


인드라(Indra)의 깨달음  _  2010.11.18
오늘은 고대 인도의 뛰어난 영웅이자 武勇(무용)의 神(신)인 ‘인드라’에 관한 얘기를 통해 ‘힌두(Hindu)’ 사람들
의 지혜를 들려드릴까 한다. 아주 재미난 이야기이다.

용 또는 뱀의 형상을 한 악마 ‘브리트라’는 세상의 물이란 물을 모두 자기 뱃속에 채워 넣은 채 산 히말라야 정상
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 바람에 사람을 포함한 그 어떤 생명체도 살 수가 없었다.

이에 인드라는 하늘에서 그 뱀을 향하여 번개를 날리니 괴물 브리트라는 흩어져버렸다. 그러자 갇혔던 물은 전
세계 곳곳으로 흐르게 되니 모든 생명체들이 소생하게 되었다.  

모두가 영웅 인드라를 기꺼이 왕으로 받들었다. 왕이 된 인드라가 취한 첫 번째 조치는 브리트라가 설치던 동안
 폐허가 되어버린 여러 신들의 화려 웅장했던 도시를 다시 건립하는 일이었다.

인드라는 뭐든 만들어내는 제작의 신 ‘비쉬바카르만’을 불러 그 누구도 지은 적이 없는 최고의 궁전과 도시를 지
을 것을 명령했다.

비쉬바카르만은 천재라는 명성답게 실로 놀라운 광휘의 궁전과 도시를 건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
겼다. 인드라는 하루 자고날 때마다 더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라 더 많은 테라스와 누각, 연못과 작은 숲들을
추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쉬바카르만은 견딜 수가 없었다. 멋진 조형물을 디자인하고 건립해놓는 속도보다 인드라의 상상력이 훨씬 앞
질러가니 그럴 밖에.

이에 상심한 그는 우주의 조물주이자 높은 곳에 거하는 ‘브라마’를 찾아가 청원을 했다. 그러자 브라마는 ‘너는
곧 짐을 벗게 될 것이니 평안한 마음으로 돌아가보렴’하고 답했다.

다음 날 아침 순례자의 지팡이를 든 한 바라문 소년이 인드라의 궁궐 앞에 모습을 나타내어 문지기에게 왕을 배
알코자 한다고 청을 해왔다.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인드라는 그 소년을 정중히 궁궐 안으로 모신 다음 잠시 뜸을 들였다가 찾아온
목적을 물어보았다.

아름다운 소년은 상서로운 비구름 속에 느리게 번쩍이는 번개처럼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 제신의 왕이시여, 당신이 짓고 있는 궁궐에 대해 의문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이미 화려하기 그지없는 궁궐
인데 당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주문을 하고 있다니 비쉬바카르만이 무슨 재주로 완성하기를 바랍니까?’

그러면서 소년은 아주 의미심장한 얘기를 덧붙였다.

‘이는 당신 이전의 어떤 인드라도 당신이 완성하려는 그런 궁궐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하고 말이다.
인드라는 기분이 묘했다. 자신 말고 이전의 또 다른 인드라가 있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던 것이다.

그러나 인드라는 여유를 부리며 웃으며 대꾸했다.

‘아이야, 내게 말해주렴, 네가 보았던 아니 네가 들었던 또 어떤 인드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어린 주제에 네가 뭘 보았으며 또 들었겠냐는 인드라의 예리한 반문이었다.  

그러자 아이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네, 참으로 많이도 보아왔지요’ 하고 놀라운 대답을 해왔다. 그리고는 더욱
 더 놀라운 얘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오, 제신의 왕이시여, 저는 우주의 무시무시한 종말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매 순환이 끝날 때의 모든 종말을 무
수히 보아왔습니다. 모든 것이 용해되어 최초의 순수한 물로 돌아간다는 것과 그 칠흙 같은 어둠 속 거친 大洋
(대양) 속에서 또 다시 하늘과 땅이 생겨나고 시간이 지나 새로운 생명들이 창조되는 것을 되풀이해서 보아왔습
니다.’

‘우주의 창조를 담당하는 브라마, 그리고 비쉬누 또 우주를 파괴하는 시바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은데, 그 속에 존
재했던 인드라야 정말 감히 셀 수도 없다 하겠습니다.’

‘당신의 부하 중에 땅의 모래알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셀 수 있는 자가 없듯이, 일찍이 아무도 그 무수
한 인드라를 세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혜로운 자가 알고 있는 바입니다.’

오랜 시간의 얘기를 마치고 소년은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인드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놀라운 얘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날카롭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지?
그리고 그 웃음은 무슨 의미이지? 그러나 이미 인드라의 목소리는 속으로 기어들고 있었다.

그러자 소년은 ‘나는 개미들 때문에 웃었습니다만 그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하지는 마십시오’ 하고 답해왔다.
(너무 많은 것을 알면 골치 아프다는 식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 소년은 다시 얘기하는 것이었다.

‘이 비밀 속에 모든 비애의 싸앗과 지혜의 열매가 감춰져 있지요, 세상의 모든 허영의 나무를 도끼로 내리쳐서
그 뿌리를 베고 그 영광을 흩어버리는 비밀입니다. 이 비밀은 하나의 등불이지만 오래된 지혜 속에 묻혀있어
성자들에게조차 감춰져 있지요.’

이유를 밝히지는 않겠다면서 다시 비밀에 대해 얘기하는 저 심사는 무엇인가 하고 궁금해진 인드라는 간청을
했고 소년은 잠시 뒤로 빼는 시늉을 하다가 마침내 얘기해주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 개미의 행렬, 저 무수한 개미 하나하나가 한 때는 모두 인드라였습니다. 당신과 같이 훌륭한
 행위를 한 자는 제신의 왕에 올랐지만, 다시 환생을 거듭하면서 저처럼 개미가 되었습니다. 이 무리들은 한때
당신처럼 모두 인드라였던 것이지요.’

이야기를 마친 소년은 홀연 사라져버렸다. 그 소년은 바로 비쉬바카르만이 찾아가 청원을 했던 우주의 창조주
브라마였던 것이다.  

인드라는 더 이상 궁궐을 짓는데 흥미를 잃게 되었다. 모두 허망한 짓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에 인드라는 문
득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광야의 운둔 생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름답고 정열적인 왕비는 슬픔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인드라 왕실에서 지혜가 높기로 이름이
높은 ‘브리하스파티’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 더 이상 살 의욕이 없으니 어떡하면 좋으냐고 말이다.

지략이 뛰어난 마법사 브리하스파티는 알았다고 답한 다음 다시 인드라를 찾아가 강론을 했다.

정신적이고 초월적인 지혜와 행복에 대해 얘기함과 동시에 세속적인 德(덕)과 행복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
브리하스파티는 균형을 잡아주었고 이에 인드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누그러뜨리게 되었다.

브리하스파티는 통치의 미덕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애기해주었지만, 동시에 세속적인 행복 즉 남녀 간의 애정
과 그 性的(성적)인 技巧(기교)에 대해서도 강론을 하고 책을 지었다. (여기서 성애에 관한 저 유명한 책이 카마
수트라라고 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교 때 읽은 바가 있다.)

이리하여 인드라는 지나친 정신적 허영을 버림과 동시에 살아있음의 세속적 행복도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 인
드라는 이리하여 끝없이 순환하는 삶의 脚本(각본)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균형 잡힌 지식에 도달하게 되
었고 물론 그 뒤로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고 또 누렸다고 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심심할 때 또 삶이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 찾아서 읽곤 하는 책에 실려 있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책이다.

책 제목은 인도의 신화와 예술이다. ‘하인리히 침머’라는 독일 신화학자가 남긴 책,
Myths and Symbols in Indian Art and Civilization 이다.

침머 박사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란 책으로 널리 알려진 조셉 캠벨의 스승으로서 캠벨의 책이 보다 대중적
이긴 하지만 그 깊이와 文趣(문취)는 캠벨의 그것을 훨씬 능가한다.

약간 덧붙이면 인드라는 인도 아리안의 신화에서 번개와 벼락이 神(신)으로 자리잡은 것, 즉 뇌정신(雷霆神)
이다. 인드라는 힌두의 종교경전인 ‘리그 베다’ 속에 신에 바치는 讚歌(찬가)에 엄청나게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신이다.

신들이 마시는 술인 ‘소마’를 마시면서 호기를 부리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인드라는 비가 귀한 인도 땅에 비를 몰
고오는 신이기도 하다.

앞서의 얘기 속에서 악마 브리트라는 용으로서 이 놈이 물을 다 삼켜버리면 세상은 가뭄이 든다고 믿었던 것이
고 인드라는 물을 다시 흐르게 하는 신으로 추앙을 받았다.

그가 사는 궁전에는 천인(天人) 간다루바가 음악을 연주하면 그에 맞추어  선녀 ‘아프사라스’가 춤을 춘다. 아프
라사스는 봉덕사 종에 새겨져 있는 허리 가는 섹시한 飛天(비천)상이 바로 그것이다.

인드라는 그리고 불교를 통해 불법의 수호신인 帝釋天(제석천)으로 알려져 있다.

앞에 소개한 이야기는 실로 많은 지혜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이 한때의 영광이라는 점, 욕망은 한이 없다는 점, 그리고 무수히 반복되는 永劫(영겁)의 시간 속에서 우
리들 각자는 脚本(각본)에 따라 주어진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 정신적인 지혜와 행복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속의 지혜와 행복도 그에 못하지 않게 중요하다는 中庸(중용)과 均衡(균형)의 정신 같은 것이 그것이다.

힌두의 지혜는 불교나 기독교 그 어떤 종교의 가르침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시 힌두의
지혜에 대해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날씨가 화창하다. 마지막 가을 정취라 여기니 더욱 간절한 마음이다. 내년 가을에 우리 또 봐요 하고 날씨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짜이지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