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河(대하)의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
待河之淸(대하지청), 황하의 탁한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는 말이다, 이에 仁壽幾何(인수기하),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되리! 하며 고개를 가로 젓게 된다. 百年河淸(백년하청)이란 말의 유래이다.
아침 국무총리 청문회 중계를 잠깐 보니 민주당의 최민희 의원은 일반 국민의 병역 면제 비율은 5 % 가 되지 않는데, 박근혜 정부까지 그간의 주요 공직자와 그 자녀의 그것은 거의 50 % 에 육박한다는 통계치를 소개했다.
이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대한민국이 대단한 속도로 경제적 발전을 해왔다는 사실과 고위 공직자들의 저 한심한 실태가 만들어내는 이 감당하기 어려운 명암의 대조, 콘트라스트.
1980 년대 당시의 ‘민나 도로보데스’란 유행어가 기억난다. ‘죄다 도둑놈들’이란 뜻의 일본말이다. ‘해먹는 놈이 장땡’이란 말도 새삼 떠오른다.
박근혜 당선자는 국정 운영을 위해 장관이나 비서관들을 임명해야 하는데, 이른바 엘리트들로 이루어진 ‘인재 풀’이란 것이 저 모양이니 참말로 곤혹스럽겠다.
우리 사회가 어지간히 그렇고 그런 줄 익히 알고는 있지만, 청문회를 보다가 늦은 아침 식사의 입맛이 뚝 떨어졌다.
명예가 없는 사회, 자존심이 없는 국민, 아 대한민국이여, 어찌 할까나!
이런 사회에선 제아무리 고위직에 올라도 그것은 그저 ‘해먹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장관자리를 해먹으면 해먹었지 장관이 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해먹다’란 말은 중국어의 做來吃(주래흘), ‘쭈어라이츼’가 고스란히 우리말로 변형된 것이다. 예전에 중국을 오갈 때 흔히 듣고 또 배워서 자주 쓰던 말이기도 하다.
속된 말로 위에 놈들이 저렇게 명예도 자긍심도 없이 그저 해먹기를 일삼고 또 해먹은 다음에는 뭐 어때서? 하며 태연하니, 아래의 보통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갖은 짓을 하는 사회, 또 그것이 현실의 질서가 되어 돌아가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模範(모범)을 보여주어야만 사회는 맑아진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에서 모범이란 오로지 ‘모범택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과 윤리란 것은 기본적으로 禮義(예의)와 廉恥(염치)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이는 결국 각 개인이 명예와 자긍심을 가졌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지난 10 년 동안 우리 사회의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했지만, 그게 참 웃기는 얘기이다.
지난 10 년간의 좌우 이념 대립이란 것이 예의도 없고 염치도 없는 논객들이 살벌하게 칼날을 휘두르면서 ‘너 죽어라 나는 살래’하던 세월이었다. 이런 판국이라 ‘나꼼수’와 같은 허망한 소리들이 득세를 하고 천지사방 설칠 수 있었다고 여긴다.
명예와 자존심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내가 사는 우리 대한민국이라니 정말 속이 상한다. 흔히들 ‘야, 자존심이 밥 먹여주니?’하는 말을 들으며 사는 우리들이다.
물론 자존심이 밥 먹여주지는 않는다. 사실이다. 하지만 자존심과 명예가 없다면 어디 그게 사는 것인가 하는 말도 있다.
2만 달러 소득의 나라에서 4 만 달러 소득의 나라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이제는 아니지 않는가? 이제 어느 정도 양이 찼으면 당연히 질로 가야할 것이지 않겠는가?
이미 사실 대한민국은 福祉(복지)가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다만 복지가 정작 전달되어야 할 곳으로 전달이 되지 않는 나라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가? 답은 명백하고 쉽다. 도중에 이른바 ‘해먹는 작자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렇다. 솔직히 말해서 정치판이란 것이 어딜 가나 온통 해먹는 판국, 이른바 ‘짜웅’판이 아니겠는가?
황하의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뜻의 待河之淸(대하지청)이란 말이 변용된 百年河淸(백년하청)이란 말은 결코 강물이 맑아지는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待河之淸(대하지청)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수명이야 백년을 넘지 못하고, 나 호호당의 수명 역시 길어야 30 년이면 한줌의 재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待河之淸(대하지청)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역시도 역사 흐름에 따라 맑은 사회가 되는 날이 올 것임을 알고 있기에 기다릴 수가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이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인지 한 번 알아보기로 한다.
國運(국운)으로 따지면 국운의 제4기로 들어서면 황금기를 열게 된다. 우리의 경우 1904 년부터 360 년간의 흐름이 새롭게 시작되었으니 180 년이 지나야 제4기로 접어든다. 따라서 2084 년부터라 하겠는데, 금년이 2013 년이니 아직도 71 년씩이나 남아있다.
이게 너무 요원한 얘기라서 실망한다면 좀 더 희망적인 얘기를 해보자.
국운 제3기로 접어들고 또 그것이 60 년 주기 상에서 24 년이 지나면 상당한 진척을 보이면서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 본다. 그러니 그 때는 2048 년이 된다. 지금부터 장차 35 년이 남았다.
이번에도 볼 수 있듯이 인사 청문회 제도는 당장은 우리를 실망시켜 주고 있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런 제도야말로 장차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너무 신상을 털고 있다고 불평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준을 대거 완화하게 되면 그야말로 ‘歷史(역사)의 退行(퇴행)’이 될 것이니 힘들더라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하겠다.
淮南子(회남자)에 이르길 높은 산 계곡에서 처음 물이 솟아나는 그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웅덩이가 텅 빈 상태지만 점차 물이 차오르게 되고, 또 그 물이 웅덩이에서 넘쳐나면 흐르게 되는데 그것이 처음에는 흙과 뒤섞여 흙탕물을 만들겠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맑은 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맑은 시내를 이루게 되고 또 그 시내가 다른 물과 만나서 강을 이루고 마침내 바다로 간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흐르는 물이긴 한데, 아직은 미처 맑은 물은 아니고 흙과 뒤섞여 흐르는 急流(급류) 정도의 상태라 본다. 이것이 국운의 제3기로 접어들면 맑은 시내가 될 것이라 본다.
그러니 얼마든지 待河之淸(대하지청)할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사람의 욕심이 세월을 앞서감을 알아서 마음을 가라앉힐 따름이다. 百年(백년)이 걸려서라도 물이 맑아질 수만 있다면 기다리지 못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쭈어라이츼! 해먹는 것 이제 좀 관둘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원래 다른 글을 올릴 생각이었는데, 청문회를 보고 흥이 깨져서 스스로 마음을 달래보았다.
[출처]<a href='http://www.hohodang.com/?bbs/view.php?id=free_style&no=961' target='_blank'>호호당 블로그</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