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영리해도 탈인 법이니 2013.9.30
쉽게 오면 쉽게 간다, easy come easy go, 세상에 더 없는 哲理(철리)이니 누구나 이 말을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 말은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쉽게 온 것은 쉽게 간다고 하지만 천부적으로 받아서 태어난 것은 더욱 그러하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것이니 제가 가면 어딜 가겠느냐, 영원히 머물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 스스로 가진 것을 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才能(재능)이라 말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재능을 타고났다면 그것을 더욱 아끼고 갈고 닦아서 빛을 낸다면 당연히 그 재능을 바탕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법인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재능이 있는 탓에 관련된 일을 하면 손쉽게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니 금방 작은 성취를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본인은 겨우 이 정도야 기본이지 하면서 열심히 하지 않고 재능을 더욱 갈고 닦는 일에 등한시하게 되고 심지어는 별 것이 아니라 여기고 내팽개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어떤 여성이 있는데 타고난 美貌(미모)라고 하자, 그러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주위에 남자들이 들끓게 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남자들로부터 인기가 있다 해서 그것만이 전부라고 여기고 자신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일을 게을리하면 결과는 별 볼일이 없게 된다.
미모를 타고난 덕분에 처음에는 좋아도 시간이 지나면 미모밖에 없는 여성이 되고 더 시간이 지나면 그 바람에 ‘거리의 여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참 신기한 것은 세상 그 어떤 대단한 재능을 가졌다 해도 그 자체만으로 작은 성취는 가능할지언정 큰 성공을 가져다주는 법은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대단한 재능이라 해도 결국은 原石(원석)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그 원석을 갈고 닦아서 빛나는 寶石(보석)으로 만들어내어야만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는 법이다.
원석을 갈고 닦아서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을 切磋琢磨(절차탁마)라고 한다.
切(절)은 끊어낸다는 것이고 磋(차)는 일부분을 갈아낸다는 뜻이다. 琢(탁)은 쪼아낸다는 것이고 磨(마)는 숫돌에 대고 정교하게 간다는 뜻이다.
옥이나 상아, 기타 원석이 있을 때 일단 아닌 부분은 크게 뭉텅이로 끊어내고, 다시 조금 작은 부분은 그라인더로 갈아서 없애버린다. 이게 초벌 가공이고 그러면 남는 부분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쪼아낸 다음 표면을 숫돌에 대고 섬세하게 갈아내어 아름다운 보물로 완성해낸다.
切磋琢磨(절차탁마)란 말 속에는 보석 가공의 전 공정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보면 타고난 자신의 재능 즉 原石(원석)을 그냥 내다 버리거나 헐값에 팔아버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더러 절차탁마를 거쳐 고가의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다.
절차탁마 즉 재능을 갈고 닦는 과정이란 결국 오랜 시간에 걸친 그 사람의 노력을 뜻한다. 노력을 하다보면 경험이 생기고 경력이 쌓인다. 그러면 그 일에 있어 큰 성공을 한다.
그런데 왜 어떤 이는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헐값에 내팽개치고 또 어떤 이는 재능을 갈고 닦아서 성취를 보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運(운)이다.
일관되고도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운이 상승 중인 것이고 그냥 대충 지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운이 하강 길에 있는 것이다.
운이 상승 중에 있다는 말은 노력하고 있다는 말과 사실상 同義語(동의어)이다.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노력을 해도 처음에는 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을 두고 운의 봄이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또 어느 때가 되면 일취월장의 성과를 본다, 이를 두고 운의 여름이라 한다.
그러다가 어느 경지에 이르면 그다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절로 성과가 있다, 이를 두고 운의 가을이라 한다. 사실 운세가 하강 중인 것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저 편한 것이 좋을 뿐이다.
다시 시간이 지나면 그간의 성과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지만 이러다가 곧 다시 잘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운의 겨울이라 한다.
이처럼 사계절로 나누어 볼 수도 있지만, 더욱 세분하면 24 절기로 나누어 볼 수도 있으니 더욱 자세하게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은 저마다 태어나는 시기의 운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어떤 이가 여름에 태어났다고 한다면 재능에 더불어 대단히 열심히 하는 바람에 손쉽게 성취를 본다. 스무 살 무렵이 되면 이미 운세는 가을이기에 나름의 성취가 작지 않으니 그 바람에 서서히 노력을 멈추게 된다.
이런 사람은 마흔 살 무렵이 되면 겨울을 지나 봄에 이르게 될 것이니 그 무렵이면 이미 모든 것이 망해있고 허무해져 있다. 한창의 나이에 형편이 쪼그라들고 나면 당장 호구지책이 어렵다. 아이들은 한창 돈이 들 나이가 되었는데 정작 본인은 생계수단이 변변치 않으니 사람이 팍삭 늙어버리기도 한다.
어떤 이는 나이 오십에 초봄 입춘을 맞이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나이 육십에 그러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들이’가 없다.
하지만 60 년에 걸친 운세의 순환은 그 어떤 이에게도 공평하다.
상담을 하다보면 젊은 날에 일이 잘 풀리는 바람에 자신이 가진 것을 그저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다른 곳에 눈을 팔았다가 영락해버린 사람들을 부단히 만나보게 된다.
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은 우습게 여기고 남들이 가진 것에 눈을 파는 것일까?
자신이 가진 것이야말로 적게는 밥을 먹고 사는 밑천이고 더 나아가서 성공에 이르는 기초 자산인데 왜 그 소중한 것을 등한시하는 것일까?
이 세상에는 살아가는데 있어 생각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실로 무수한 유해한 생각들이 橫行(횡행)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 개그맨들이 어차피 그 길로 나섰다면 자신의 본업에만 열중하면 될 일인데 미리 副業(부업)에 신경을 쓰다가 그것이 화근이 되어 쫄딱 망해버리는 경우를 우리가 어디 한 두 번 보는가 말이다.
‘직업의 안정성이 약하다’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유해한 생각인 것을 모르는 까닭이다. 직업의 안정성이 없다면 아예 그 길에 나서지를 말거나 아니고 기왕에 들어섰다면 죽으나 사나 그 길에서 충실하는 것이 오히려 살 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까닭이다.
부지런한 것은 사람의 美德(미덕)이다. 그러나 때로는 害(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 이는 本末(본말)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그렇다.
해오던 일이나 사업이 잘 되고 있을 경우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또 다른 일에 도전하거나 나서기도 하는데, 그것이 해오던 일과 별로 상관이 없을 경우 나중에 가면 그 새로운 일로 인해 본업까지 실패를 볼 때가 많다.
변호사나 의사 하던 사람들이 그리고 다른 사업을 해서 성공을 한 사람이 돈도 벌고 명성도 얻다보면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보는데 그게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정치로 나서면 운세가 있어 일정 기간은 그런대로 잘 되는 것 같지만 끝끝내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운세 상 寒露(한로)의 운에 가까운 시기에 새로운 일로 변신하면 그것이야말로 이른바 망할 징조, 줄여서 亡兆(망조)가 된다.
운세 상으로 입춘 바닥에서 30 년 뒤인 立秋(입추)를 맞이한 후 그로부터 다시 10 년 지난 뒤에 맞이하는 寒露(한로)의 운은 일생에서 가장 화려한 때가 된다. 양력 10월의 계절이니 가을 들판에 오곡의 결실을 보는 때이다.
한로 무렵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이는 이제 막 거두어들인 가을 수확을 창고에 가져다 쌓지 않고 또 다시 가을 들판에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니 그것은 내다 버리는 것과 같아서 그 볍씨는 겨울에 다 얼어 죽지 않겠는가!
늦가을에 볍씨를 뿌리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농부는 없는데 왜 사람들은 늦가을에 씨뿌리기를 하는 것일까?
이는 알고 보면 겨울을 봄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客氣(객기)이고 蠻勇(만용)라 하겠으니 잘 될 턱이 있으랴.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하는 말이 螳螂拒轍(당랑거철), 사마귀 한 마리가 스스로 팔뚝의 힘을 믿고 다가오는 수레를 막아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이 알아서도 그렇고 몰라서도 그렇지만 어쩌다 하게 된 일로 해서 오랫동안 밥 먹고 살면서 처자식을 부양해올 수 있었다면 사실 그 일이야말로 자신의 재능에 바탕을 둔 天職(천직)이다.
그런데 사람 스스로 나는 이런 일이나 할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나서는 순간부터 서서히 고생길로 접어든다.
운이 바닥이 되어도 해오던 일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경제적으로 고생하는 일이 결코 없다, 하지만 한로 무렵에 엉뚱하게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은 그 실수로 인한 대가를 비싸게 치르게 되니 운세가 바닥에 도달하고 나서야 비로소 晩時之歎(만시지탄)을 하게 된다.
옛말에 門前沃畓(문전옥답)을 버리고 어디 가리? 하는 말이 있다. 타고난 자신의 재능 혹은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면 그게 바로 먹고 사는 기본 즉 문전옥답인 것을 스스로 영리한 사람들은 또 다른 파랑새를 오늘 이 시각에도 찾아 나서고 있다.
사람이 영리해도 탈이라 하는데 이를 ‘헛똑똑’이라 한다.
모처럼 동해바다를 찾아 강릉을 다녀왔다. 바람이 없고 그저 비만 와서 야성적인 동해바다의 파도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을비의 정취는 담뿍 안고 돌아왔다.
올 가을엔 유난히 억새와 갈대밭에 흥미를 느끼니 자주 그림으로 그려서 이 블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출처]<a href='http://www.hohodang.com/?bbs/view.php?id=free_style&no=1086' target='_blank'>호호당 블로그</a>